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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책 맞을 정도로 쿨하고 당당한 성격의 싱글맘 현숙은 마트 일로 생계를 책임지며 두 딸고 함께 살고 있다. 큰딸인 만지가 남의 일엔 관심 없고, 가족 일에도 무덤덤한 시크한 성격인 것에 반해 막내인 천지는 엄마와 언니에게 언제나 착하고 살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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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없이 밝고 순하던 천지는 엄마 현숙에게 MP3 플레이어를 사달라고 조르더니 그날 돌연 스스로 생을 마감해 버렸고, 그렇게 남은 가족들은 그동안 미처 알지 못했던 막내의 비밀을 하나씩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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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득이’로 유명한 김려령 작가의 동명의 소설을 영화로 옮긴 2014년 개봉작 ‘우아한 거짓말’. 김희애가 엄마 현숙을 연기했는데, 1993년 ‘101번째 프로포즈’ 이후 무려 21만의 스크린 복귀작으로 많은 화제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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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딸 만지 역할은 고아성이, 막내 천지 역할은 김향기가 맡았는데, 닮은꼴로 유명한 두 사람이 자매를 연기한다는 사실에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았으며, 이들 외에도 김유정, 유아인, 성동일, 천우희 등이 배우들이 출연해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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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의 죽음이라는 어마어마한 시련을 이겨내려 하는 인상적인 연기를 펼치며 ‘역시는 역시’라는 평가를 받았던 김희애. 오랜만의 영화 작업인데 아역 배우들과 호흡을 맞추게 되니 걱정이 많았었다고.
내가 연기를 제일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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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시사회에서 영화를 본 후 ‘누가 누굴 걱정하나’ 싶을 정도로 다들 연기를 너무 잘했다며 평가하던 그녀는 언론 시사회 당시 “내가 제일 못했다”라고 말하더니, 돌연 눈물을 쏟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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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또는 영화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해당 작품의 소재는 ‘왕따’, 그리고 ‘가족들간의 소통의 부재’인데, 나이는 어리지만 훌륭한 연기로 작품을 가득 채운 후배들의 모습에 감동해버린 김희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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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거짓말’이 개봉한 지 어느덧 10주년을 맞이했다. 김희애는 지난 3월 말 자신의 SNS에 개봉 10주년을 기념해 고아성, 김향기, 김유정 등의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모여 10주년을 자축하는 모습을 공개해 반가움을 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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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 맏언니인 고아성은 어느덧 30대의 베테랑 배우가 되었으며, 10대였던 김향기와 김유정 역시 이제 어엿한 20대 성인 연기자가 되어 다양한 작품에서 활약하며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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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아리게 만드는 민감한 소재를 시파없이 담담하게 그려내며 관객들의 호평을 받은 ‘우아한 거짓말’. 영화를 좋아하는 많은 영화팬들에게는 시간이 지나도 지워지지 않는 숨은 명작으로 손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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