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연기인생 동안 수많은 작품에 출연해온 배우 김혜자, 물론 그의 대표작을 꼽으라면 한 두 작품이 아닙니다만, 영화로는 단연 봉준호 감독의 2009년작 ‘마더’를 손에 꼽을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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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는 지적장애를 앓고 있는 아들 ‘도준(원빈)’이 살인용의자가 되자, 아들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분투하는 엄마 ‘혜자’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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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은 애초에 김혜자를 염두에 두고 시놉시스를 쓴 것은 물론, 섭외를 위해 수년간 김혜자를 만나며 작품 이야기를 계속 들려주는 노력 끝에 마침내 섭외에 성공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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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이미 연기경력이 50년에 가까웠던 김혜자. 영화 엔딩신에 있는 ‘형언할 수 없는 표정’이라는 지문을 연기하는 것이 무척이나 어려웠다고 합니다. 아무리 연기를 해도 자신의 연기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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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해보세요! 어떻게 하는 건가!
OK 사인이 떨어졌지만 속내는 ‘그래 내가 안 되니까 OK한 거지’라는 생각이 들어 속상했다는 김혜자. 결국에 눈물까지 흘리고 만 그는 봉준호 감독에게 직접 해보라며 역정을 내고 말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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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환호할 때는 인정하십시오.
그러곤 다음 촬영을 위해서 대기하고 있던 김혜자는 봉준호 감독에게 이런 문자 메시지를 받게 되는데요. 그제서야 자신의 연기가 잘못되지 않았음을 알게 되었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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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뿐 아니라 해외 유수의 영화제에서 수상하며 그 작품성을 인정받은 ‘마더’. 오롯하게 극을 이끌어가는 김혜자의 명품연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는데요. 김혜자 역시 해당 작으로 한국 배우 최초로 LA비평가협회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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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은 ‘형언할 수 없는 표현’이라는 지문에 대해 그런 부분들을 마침내 카메라 앞에서 표현해내는 것이 “위대한 배우의 몫이 아닐까”라며 김혜자에 대한 존경심을 보였는데요. (사실은 모든 스탭들이 김혜자의 연기를 보며 감탄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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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자 역시 그간 맡아왔던 역할들이 ‘누군가의 부인’으로 고착되어 있던 터라, 한정된 역할에서 어떻게 벗어나야할지 한참 고민을 하던 차에 ‘마더’를 제안해준 봉준호 감독에게 무척이나 고마웠다며 마음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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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연기 인생 61년차가 된 대배우 김혜자. 자신의 직업이 연기자인 것이 아니라, 연기 그 자체가 자신이라고 합니다. 마치 숨쉬는 것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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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깊은 울림으로 시청자들과 대중들의 마음을 적시는 배우 김혜자. 모쪼록 건강한 모습으로 오래오래 작품에서 함께 해주시길 기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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