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출신의 여대생이 서울에 놀러 왔다가 우연히 찍힌 사진 한 장으로 운 좋게 연예계에 발을 들이게 되었다. 그 주인공은 배우 엄지원이다. 언니를 만나러 대학로에 왔다가 잡지 사진에 찍힌 그는 그 덕에 1996년 ‘존슨앤존슨’ 모델 선발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하고 대구방송 리포터로 활동하며 본격적인 연예계 활동을 시작했다.
데뷔 초기, 엄지원은 배우로서의 꿈을 키우며 드라마와 시트콤에 단역으로 출연하는 등 연기 경험을 쌓아갔다. 당시 엄지원과 함께 연기 학원을 다녔던 배우 한혜진에 따르면, 엄지원은 물과 불, 심지어 개를 온몸으로 표현하는 특이한 연기 수업에도 열심히 임하며 연기에 대한 열정을 불태웠다고 한다.
2002년, 엄지원은 아침드라마 ‘황금마차’에서 첫 주연을 맡아 시청률 20%를 넘기는 성과를 거뒀다. 이어 곽경택 감독의 영화 ‘똥개’에서 여주인공으로 발탁되면서 배우로서 확실한 전환점을 맞이했다. 엄지원은 소속사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뽀글이 파마에 진한 화장을 하고 오디션에 참여했고, 곽경택 감독은 그런 엄지원의 모습에서 작품에 맞는 배우라는 확신을 얻었다고 한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영화 개봉을 앞두고 엄지원은 소속사와의 갈등으로 인해 시사회와 무대인사 등 각종 행사에 참석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 당시 엄지원이 소속사와의 문제로 언론의 주목을 받게 되면서, 곽경택 감독은 이로 인해 영화 자체에 대한 관심이 분산될 것을 우려해 엄지원의 홍보 활동 참여를 제한한 것이다.
주연을 맡은 영화의 홍보 활동에 참여하지 못한 채 뒤에서 눈물을 흘려야 했던 엄지원. 그 아픔을 지켜본 엄지원의 아버지 역시 가슴 아파했다고 한다. 훗날 곽경택 감독은 이 일을 후회하며 엄지원과 아버지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전하기도 했다.
이런 우여곡절에도 불구하고 엄지원은 포기하지 않고 연기에 대한 열정을 이어갔다. ‘똥개’ 이후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탄탄한 연기력을 선보인 그녀는 특히 미스터리 스릴러와 범죄 장르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발휘하며 대한민국 대표 여배우로 자리매김했다.
현재 엄지원은 조선 미스터리 사극 ‘탄금’의 촬영에 한창으로, 다시 한번 장르물 퀸의 흥행 공식이 통할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