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장선우 감독의 영화 ‘꽃잎’으로 데뷔한 이정현. 당시 연기 경험이라곤 한 번도 없었던 16세 소녀였던 그는 공개 오디션을 통해 3,000:1의 경쟁률을 뚫고 주인공 ‘소녀’ 역할을 맡게 된다.
‘꽃잎’은 5.18 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영화로, ‘소녀’는 아무것도 모른 채 엄마를 따라 전남도청 시위를 따라 나섰다가 엄마의 죽음을 눈앞에서 목격한 충격으로 정신적으로 혼란을 겪으며, 사회적으로 소외되고 개인적으로 심각한 정서적 고통을 겪는 인물.
데뷔작이라고는 짐작도 하지 못할 신들린 연기로 당시 모든 영화제 시상식의 신인여우상 트로피를 휩쓴 이정현인데, 사실 처음에는 카메라 앞에서 너무 긴장한 탓에 제대로 연기를 하지 못했고 이에 장선우 감독은 대분노를 하며 첫 촬영을 접었다고.
그도 그럴 것이 당시 기준으로 제작비가 꽤나 많이 투입된 작품인 지라 영화 관계자들은 신인인 이정현의 캐스팅을 반대했지만, 이정현의 특출한 재능을 알아 본 감독의 의지로 캐스팅되었기 때문.
그렇게 연기를 하려 하지 말고 ‘소녀’ 그 자체가 되자라는 생각으로 연기를 하지 않을 때에도 정말 미친 소녀처럼 행동한 이정현. 그 모습이 어찌나 리얼했는지 촬영인지 몰랐던 인근 주민들은 실제로 정신을 놓은 소녀인줄 알고 데려가 씻기고 밥을 먹였다고.
그렇게 이정현은 자신의 캐릭터에 너무 심취해 모르는 사람을 따라가는 등의 모습으로 선배들과 장선우 감독의 걱정을 사버렸고, 제작진들은 “촬영이 끝나면 원래의 너로 돌아와야 한다”라고 수시로 주의를 줘야 했다고 한다.
그렇게 남다른 노력으로 ‘천재 배우’라는 타이틀을 얻으며 다양한 작품에서 배우로 활동하는 것은 물론, 파격적이면서도, 독특한 콘셉트와 무대매너로 가수로도 큰 성공을 이룬 이정현.
2010년부터는 본업이라 할 수 있는 배우로 꾸준히 활동을 이어오고 있으며, 최근에는 ‘반도’에서 한 차례 호흡을 맞춘 바 있는 연상호 감독의 넷플릭스 시리즈 ‘기생수: 더 그레이’를 통해 전 세계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반도’에서는 갑작스럽게 발생한 좀비들의 습격에서도 딸들을 구하기 위해 강한 여전사가 되어야만 했던, 체구는 작지만 누구보다 뜨거운 모성애를 가진 엄마 민정을 연기했던 이정현.
이번 작품에서는 누구보다 사랑하는 남편이 기생수에 의해 괴생물체로 변해 버리자, 진심으로 기생수들을 증오하며 보는 족족 처단해 버리려는 전직 프로파일러이자 경찰청 위기관리센터 더 그레이 타격팀장 최준경을 연기했다.
이정현은 이번 작품을 위해 출산 3개월 만에 촬영장에 복귀하며 액션신을 소화해 내는 열정을 보였는데, 그녀의 연기와 작품에 대한 남다른 애정 덕분인지 ‘기생수: 더 그레이’는 공개 첫 주, ‘삼체’를 꺾고 넷플릭스 TV 부문 1위를 차지하며 좋은 반응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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