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힘들었던 순간 도와준 배우들
가슴에 품고 다닌다는 이정은
이제는 누구나 얼굴만 봐도 이름이 떠오를 정도가 된 배우 이정은. 91년 데뷔했지만, 꽤나 길었던 무명 생활을 거쳐야 했는데요. 실제로 단역으로 출연하면서도 대사를 자꾸 틀려 감독에게 욕을 먹기도 했었다는 그녀.
데뷔 초창기에는 연극 무대에서 연기와 연출을 병행해야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연출가가 도망가는 사건이 발생하고, 이정은은 동료들에 대한 책임감으로 연출을 떠맡고는 급하게 돈을 구하러 다녔는데요. 당시 대출을 받을 수도 없던 그녀에게 선뜻 돈을 빌려준 동료 배우가 바로 신하균, 지진희, 우현이었다고 합니다.
이들에게 빌린 5천만 원으로 위기를 넘긴 이정은은 이 세 명의 이름을 쓴 종이를 항상 품고 다닌다고 하는데요. 이유는 갑자기 세상을 떠나는 일이 있더라도 가족과 지인들에게 “이들에게 신세를 졌으니 은혜를 갚아달라”는 메세지를 전달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그렇게 연극판에서 힘겹게 버티고 드라마와 영화의 단역을 전전하던 그녀가 빛을 보기 시작한 건 봉준호 감독의 영화 ‘마더’부터였는데요. 큰 역할은 아니지만 인상 깊은 활약을 남긴 그녀를 만나러 봉 감독은 뮤지컬 ‘빨래’를 보러 갔고, 그 자리에서 이정은에게 옥자의 목소리를 맡아줄 것을 부탁했다고 합니다.
이정은은 이에 돼지 목소리 연기를 너무 잘하고 싶어서 전국의 돼지 농장을 찾아다니며 돼지 소리를 비교하고 연구하기까지 했다는데, 봉준호 감독은 그 얘기를 듣자 “그냥 감정을 표현해 주세요”라고 했다고.
옥자 목소리뿐 아니라 극 중에서도 잠깐 모습을 비춘 그녀는 이후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에서 부잣집 가정부인 ‘문광’을 연기하며 소름 돋는 반전 연기를 선보여 세계를 놀라게 했는데요. 봉준호는 이를 보고 “사람이 하는 연기가 아니다”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합니다.
결국 자신을 알아봐 준 봉준호 감독과의 작품을 통해 스타로 거듭난 이정은. 이제는 엄연히 주연급 스타로 발돋움했는데요.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에서 환자들의 속을 깊이 이해하는 정신과 수간호사 이효신 역할로 따뜻함을 선사하는 것은 물론
신작 ‘운수 오진 날’에서는 아들을 죽인 살인마를 집요하게 추적하는 어머니 역할로 출연하는데요. 소설 ‘운수 좋은 날’에서 모티브를 얻은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이 작품에는 택시 기사역의 이성민과 살인마 역의 유연석과 공동 주연으로 호흡을 맞춰 집요하게 아들을 죽인 살인마를 찾는 엄마를 연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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