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이대 나온 남자야” 이 의외의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 바로 프랑스 출신 방송인 파비앙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가 단순히 이화여대를 다녔다는 사실을 넘어, 현재 한국어능력시험 6급과 한국사 1급 자격을 보유한 ‘진정한 한국 사랑꾼’이라는 점이다.
파비앙의 한국 사랑은 어린 시절부터 시작됐다. 키가 작고 덩치가 왜소했던 그에게 어머니는 무술을 권유했고, 5살 때부터 시작한 태권도는 그의 인생을 바꾸는 전환점이 되었다. 실력이 날로 성장한 그는 프랑스 태권도 청소년 국가대표로까지 발탁되었다. 2000년 9월, 우연히 접한 이정현의 ‘바꿔’를 듣고 한국행을 결심했다는 그는, 2007년 모델 활동 중 한국에 파견된 것을 계기로 지금까지 서울에서 살고 있다.
한국에 온 파비앙이 선택한 곳은 다름 아닌 이화여자대학교 어학원이었다. 여자대학교이지만 어학원의 경우 남학생도 입학이 가능하다는 특별한 규정 덕분에 그는 이곳에서 한국어를 배울 수 있었다.
그의 한국어 학습에 대한 열정은 남달랐다. 한국어를 배우는 동안 외국인들이 영어는 물론 모국어인 프랑스어로 말을 걸어와도 의도적으로 못 알아듣는 척을 했다고 한다. 오직 한국어만을 사용하며 실력을 키우고자 했던 그의 노력은 현재의 능숙한 한국어 실력으로 이어졌다.
2014년 MBC ‘나 혼자 산다’를 통해 대중적 인지도를 얻은 파비앙은 특유의 한국적인 생활 방식으로 화제가 됐다. 서양인임에도 침대 대신 온돌 바닥에서 취침하는 것을 선호하고, 된장찌개로 아침을 해결하며, 지하철에서 어르신께 자리를 양보하는 등 한국인보다 더 한국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각종 건강보조식품을 챙겨 먹고 태권도 수련 후 대중목욕탕에 드나드는 그의 일상은 시청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연예계에서의 활동도 꾸준했다. 2008년 MBC 드라마 ‘에덴의 동쪽’으로 데뷔한 이후, ‘시크릿 가든’, ‘역전의 여왕’, ‘더킹 투하츠’, ‘미스터 션샤인’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며 존재감을 키워갔다. 다른 외국인 출연자들처럼 갑작스러운 화제성으로 주목받기보다는, 차분하고 꾸준한 활동으로 시청자들의 신뢰를 쌓아갔다.
2022년 한국 영주권을 취득한 파비앙은 최근 2024년 파리 올림픽 개막식에서 SBS 특별 해설위원을 맡아 활약하기도 했다. 프랑스인임에도 양궁 남자 단체전에서 한국이 프랑스를 이겼을 때 한국의 승리를 진심으로 축하하며 (“휴 살았다”라고 남기긴 했다) 한국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심지어 고향인 프랑스 축구팀 PSG가 일본 투어 영상에 욱일기를 사용했을 때는 직접 구단에 연락해 이것이 동양에서는 나치의 하켄크로이츠와 같은 의미라고 설명하여 수정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이대 나온 남자’라는 독특한 이력을 가진 파비앙은 이제 한국에서 없어서는 안 될 문화 교류의 아이콘이 되었다. 단순한 외국인 방송인을 넘어, 한국 문화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사랑하는 문화 전달자로서 그의 활약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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