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생충(2019)’에서 박충숙을 연기하며 배우로 데뷔한 지 20여 년 만에 뒤늦게 주목받은 장혜진. 그녀 역시 수많은 명배우들을 배출해 낸 한예종 연기과 출신이다. 심지어 1기 수석으로 입학하셨다는!
하지만 대학 졸업 후 함께 학교를 다니던 친구들이 배우로 활동하며 주목을 받는 것과 달리 도전하는 오디션마다 모두 탈락하자 깊음 좌절감을 느끼게 되는데, 그 와중에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 오디션까지 떨어지자 ‘나는 안 되나 보다’라는 생각을 하며 돌연 고향인 부산으로 돌아간다.
혹시나 TV에 나오는 친구들을 보면 미련이 생길까 봐 아예 연기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을 하겠다는 결심으로 마트에서 화장지 판촉일을 시작한 그녀. 전혀 예상치 못하게 연기를 배웠던 것이 큰 도움이 된 덕분에 화장지 판매 실적 전국 1등이라는 엄청난 기록을 세웠다고 한다.
이를 계기로 장혜진은 동료배우인 고창석이 운영하는 연기학원의 홍보 마케팅 팀장으로 근무하게 된다. 혹시나 연기에 미련을 갖게 될까 봐 마케팅 일만 하겠다고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는 그녀,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경남 일대를 돌아다니며 홍보에 열을 올렸으며 내레이터 모델들이 부족한 경우에는 본인이 직접 나서서 홍보를 하는 등 열을 올리며 마케팅 팀장으로서의 본분을 다했다고 한다.
그렇게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다 보니 연기와는 동떨어진 시간을 보낸 지 10여 년이 다 되어갈 무렵, 남편의 직장 때문에 서울에서 거주 중이던 장혜진은 이창동 감독이 영화 ‘밀양’을 준비 중이며, 사투리를 쓰는 배역이 필요하다는 소식을 전해 듣게 된다.
하지만 감독의 전작인 ‘박하사탕’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신 바 있던 그녀는 손사래를 치며 거절하지만, 인사라도 드리라는 지인의 얘기에 다시 오디션장으로 향하게 되는데, 공교롭게도 오디션장에서 받은 대본이 바로 ‘박하사탕’ 오디션 때 받았던 것과 동일한 것이었다고 한다.
놀라운 기색을 드러낸 장혜진을 보고 예전의 모습을 기억해 낸 이창동 감독. 장혜진이 연기를 그만둔 후의 인생을 전해 듣고는 “이제 연기해라”라는 말로 그녀를 눈물짓게 만들었는데, 뒤이은 한마디로 그야말로 그녀를 오열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짧은 슬픔, 긴 행복!
그렇게 ‘밀양’으로 10년 만에 본업인 배우로서 복귀한 장혜진은 ‘시’로 또 한 번 이창동 감독과 호흡을 맞추는가 하면 ‘우리들’, ‘용순’, ‘영주’ 등의 작품에서 멋진 연기를 펼친 덕분에 봉준호 감독을 만나 ‘기생충’에 캐스팅되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레드카펫을 밟고 트로피를 거머쥐는가 하면, 아카데미 정식 회원이 되는 영광을 안게 된다.
영화뿐만 아니라 ‘사랑의 불시착’, ‘산후조리원’, ‘옷소매 붉은 끝동’ 등의 인기 드라마에서도 큰 활약을 해 온 장혜진, 현재는 tvN 드라마 ‘정년이’에서 유명 소프라노인 한기주 역할을 맡아 극의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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