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KBS 공채 19기로 입사한 황정민 아나운서는 뉴스는 물론, VJ특공대, 좋은나라 운동본부, 도전지구탐험대 등 다양한 주요 TV 프로그램의 진행을 맡으며 KBS를 대표하는 얼굴로 자리매김했다.
특히나 탁월한 입담과 털털한 성격으로 1998년부터 2017년까지 무려 19년 동안 라디오 프로그램인 FM대행진의 DJ로 활약하는가 하면, 2020년부터 지난 9월 1일까지 FM뮤직쇼의 DJ를 맡으며 오랜 기간 동안 대중과 소통해 왔다.
2017년 FM대행진에서 하차한 이유는 바로 뒤늦은 육아휴직 때문이었고, 다시 복귀한 FM뮤직쇼에서 4년 만에 하차한 것은 바로 그녀가 명예퇴직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신입 시절 지방 근무를 안 했던 황정민은 입사 30년 만에 지방 발령 1순위가 되었다는 소식을 전해 듣게 된다.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지만 한창 사춘기인 데다가 입시를 앞둔 자녀들을 두고 지방에 갈 수는 없어 명예퇴직을 선택한다.
30여 년의 긴 세월을 몸담았던 직장을 떠나는 마음이 오죽했을까? 마치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느낌이 들어 마지막 일주일간은 매일같이 울면서 지냈다고 한다.
하지만 황정민의 남편은 그런 아내의 마음은 전혀 개의치 않은 채 평소처럼 매일같이 밥 타령만 했다고 한다. 퇴사를 결심하고 모든 관계자들에게 인사를 전하기로 한 그녀, 남편은 그날도 “오늘 집에서 먹어 밖에서 먹어?”라고 물어본다.
시간이 될 것 같아 저녁을 차릴 테니 집에서 먹자고 대답했지만 예상과는 달리 많은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귀가가 늦어지고 만 황정민. 그런 그녀에게 남편은 대뜸 “그러면 밥을 밖에서 먹고 오라고 하지”라며 짜증을 낸다.
너무 당황스럽고 화가 난 상황이었지만 급하게 채소를 다듬고 볶음밥을 만들어준 황정민에게 남편은 남편은 볶음밥을 먹을 입맛이 아니라고 하며 혼자 라면을 끓여 먹어 분노를 유발하고 마는데…
여보 내가 밥 하려고 취직한 사람이 아니야.
내가 오늘 명예퇴직 때문에 사람들 만나서 얘기하느라 너무 힘들었어.
결국 너무 화가 나서 한 마디 한 그녀에게 남편은 “그러니까 밖에서 밥을 먹고 들어오라고 하면 되잖아?”라고 한다. 참고로 황정민 남편의 직업은 바로 정신과 전문의이다.
화를 낼 힘도 없어 그렇게 하루를 마무리하고 며칠 동안 괴로웠던 황정민은 남편에게 자신이 힘들 때만이라도 이야기를 들어줄 순 없겠느냐며 서운함을 드러냈는데, 남편은 농담이랍시고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난 돈을 받아야 얘기를 들어줘.
실제로 남편의 병원에 가서 직접 접수를 하고 진지한 이야기를 나눠야 하는 것은 아닐까 고민했었다는 황정민. 앞으로 자신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며 유쾌하게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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