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가서 실패를 해 보고 인생의 쓴맛을 경험해 봐야 단념하지.
세계적인 영화 ‘기생충’의 배우 최우식이 연기자의 꿈을 안고 한국행을 결심했을 때 어머니가 던진 말이다. 지금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살인자ㅇ난감’으로 다시 한번 연기력을 인정받은 그였지만, 처음부터 배우를 꿈꾼 것은 아니었다.
만 11살에 캐나다로 이민을 떠난 최우식은 자유로운 캐나다의 교육 환경 속에서 자랐다. 친구들과 강가에서 수영과 낚시를 즐기고, 드넓은 자연을 배경으로 등산과 자전거를 타며 청춘을 만끽했다. 학업에서도 두각을 나타내 명문 사이먼 프레이저 대학교에서 대부분 A에서 A+ 학점을 받는 모범생이었다.
미술을 전공한 형과 달리 인문계열로 진학한 최우식에게 부모님은 안정적인 미래를 기대했다. 하지만 운명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그를 이끌었다. 당시 여자친구는 “한국에서 눈매가 순한 배우들이 대세”라며 그의 동의도 없이 한국 기획사에 프로필을 제출했고, 깜짝 놀랄 1차 합격 소식이 날아들었다.
하루아침에 결정된 한국행이었다. 오디션 전날 급하게 비행기에 올라 무작정 도전에 나선 그는, 대학 1학년 3학기를 끝으로 학업을 중단하고 20살의 나이에 배우의 꿈을 안고 한국 땅을 밟았다.
처음 합격했던 드라마 ‘드림하이’는 제작 과정에서 글로벌 오디션 합격생 출연이 무산되는 난관에 부딪혔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것이 그의 진정한 시작이 되었다. 2009년부터 키이스트 소속 연습생으로 연기와 음악을 배우며 착실히 준비한 끝에, 2011년 MBC 드라마 ‘짝패’에서 이상윤의 아역으로 데뷔해 첫 작품부터 호평을 받았다.
이후 ‘뿌리깊은 나무’, ‘특수사건전담반 TEN’, ‘오만과 편견’, ‘그 해 우리는’ 등 다양한 드라마와 ‘거인’, ‘부산행’, ‘마녀’, ‘사냥의 시간’ 등 영화를 오가며 실력파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에서 김기우 역을 맡아 전 세계 영화계의 주목을 받으며 할리우드에서도 러브콜을 받는 배우로 성장했다.
최근작인 넷플릭스 ‘살인자ㅇ난감’에서는 우연한 살인 후 자신에게 범죄자를 가려내는 능력이 있다고 믿게 되는 이탕 역을 맡아 섬세한 감정 연기로 또 한 번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전 여자친구에게 정말 고맙다”는 최우식은 “당시 사귈 때 잘 해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에 지금도 가끔 연락하며 맛있는 것도 사주고 지낸다”며 특별한 인연을 회상했다. 어머니의 우려와 달리 ‘실패’가 아닌 ‘성공’으로 증명해낸 그의 도전은, 예기치 않은 순간의 선택이 인생을 얼마나 극적으로 바꿀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특별한 사례가 되었다.
이제는 한국을 넘어 세계가 주목하는 배우가 된 최우식. 캐나다의 자유로운 청년에서 글로벌 스타로 성장한 그의 여정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한 여자친구의 깜짝 프로필 지원으로 시작된 그의 배우 인생은, 이제 세계 영화계의 새로운 장을 써내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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